역사 교사 인터뷰
- 관리자
- 2015년 2월 20일
- 4분 분량
인터뷰 날짜: 2015년 2월
인터뷰이: 전문걸 선생님
인터뷰어: 석진우

1. 선생님께서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그냥 음......내가 고등학교때만 해도 안정적인 직업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내가 고등학교 당시 세계사 선생님이셨던 분이 내게 큰 영감을 줘서 역사 선생님을 선택했지. 근데 이건 뭐 막상 역사 선생님이 됬으니깐 하는 말이고 (웃음) 사실 우리 때는 총 3개의 원서를 쓸 수 있었는데 영남대 의대,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경북대 역사교육과를 지원했지. 결국엔 다 합격했는데 기숙사가 없고, 집안사정 등등 때문에 경북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선택하게 되었지. 그게 내 인생의 꼬임이 시작이었지. (큰 웃음)
2. 역사 선생님으로서 목표가 무엇입니까?
-목표는 음... 내가 기간제 교사니깐 아무래도 정식교사가 되고 싶지. 근데 오늘 정식교사가 됬다는 연락을 받았어(환희) 오늘이 2차 임용 합격날이거든. 이제 발령받았으니 다른 경북쪽으로 가겠지. 이제 1차 목표를 이뤘으니깐 앞으로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겠지? 사실 여행도 다니고 좀 즐기고 싶어. 일어 공부도 많이 해서 일본 역사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고 뭐 그래.
3. 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학력, 기술, 경력 등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서? 음... 과에서 역사공부하고 시험준비하고.. 사실 기간제교사로서 일반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과 비슷하거든, 그니깐 우리가 원서를 써서 그 중 좋은 것을 픽업해서 면접을 보는 형식이지. 사실 이걸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지. 난 면접을 위해서 거울을 많이 봤어.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어. 그렇지 전형적인 면접용 연습이지. 나머지 뭐 수업 기술 같은 것은 학교 수업을 하다보니깐 자연스럽게 늘게 되더라. 내가 여기 대구고등학교 오게 된 것은 아마 내가 이전에 3년가량 다른 학교에서의 경력을 대구고등학교가 좋게 평가해준 것 같아.
4. 사람들이 보통 역사과목을 지루하게 생각하는데 선생님 수업은 학생들이 다들 재밌게 듣고 있거든요. 이런 수업의 방식? 노하우가 무엇입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역사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 사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단 말이야, 역사교사이기 때문에 뭔가 애국심이라든가 굉장히 흥분하고, 이런 사람들 있잖아? 개인적으로 학창시절 때 그런 분들의 이런 형식의 역사 수업이 별로였어. 정말 솔직히. 역사라는 게 사실 사람 사는 이야기잖아. 근데 사람 사는 이야기면 재밌어야 하잖아? 그래서 이왕이면 재밌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많이 해주고 싶어. 또 이 학교에 와서 많이 느낀 거지만 일단 학생들이 같은 남자니깐 좀 편해. 욕을 한다거나 개그를 날리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지. 내 나름대로 대구고에서 있으면서 좋았던 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 사실 삼국유사 원론을 보면 야한 얘기(♡)도 많거든. 근데 다른 학교에선 이런 이야기를 못해주지만 남학교니깐 자유롭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 같아. 또 이왕이면 너희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문화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 음악프로그램, 예능프로그램 이런 거 다 챙겨보고 학생들이 하는 게임은 웬만하면 다 해봐.
5. 학교에 있으면서 힘들거나 즐거울 때는 언제입니까?
-사실 여기 있으면서 애들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어. 지금까지 재밌는 학교 생활했고, 학교생활은 굉장히 만족해. 힘들었던 적은 글쎄.. 전날 술 마시고 오면 힘들지ㅋㅋㅋ제일 즐거울 때는 학생들이 웃어줄 때지. 나는 내 수업의 만족도를 애들의 웃음에서 찾아. 애들이 실컷 웃으면 집에 기분 좋게 가고 애들이 멍하게 있으면 집에 갈 때 좀 찝찝하게 가고, 뭐 그래. 수업을 다르게 설계해봐야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하지. 애들 재밌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6. 선생님이 교사로서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내 장점? 음.. 멘탈이 강하지. 웬만한 욕을 들어도 참고 넘어가고. 누가 날 때리지만 않는다면(웃음). 학생들의 눈높이에 잘 맞추는 것, 그게 내 장점인 것 같아. 멘트나 생활방식 이런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애쓴 결과거든.

7. 좀 난감한 질문인데, 수입이 어떻게 되십니까? 연봉, 근무시간 등등 이런 거요.
-근무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즉 여덟 시간 근무가 기본이고 여기서 보충수업을 들어가면 추가되는 거지. 이런 식으로 초과근무를 하면 거기에 맞게 초과수당을 주는 데 사실 이거는 몇 푼 안 되거든.(웃음) 보수? 음 보수는 우리에게 교육공무원 체계가 따로 있는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7급 공무원정도의 대우를 받고 있고 보통 여자는 8호봉, 남자는 군대 복무기간을 고려해서 10호봉을 시작하는데 거기에 사범대학교 출신이면 플러스 1호봉을 해주니깐 결국 나 같은 경우는 11호봉으로 시작하는 거지. 그 때 기간제 교사로서 나의 월급이 180만원 이었던 것 같아. 근데 지금은 호봉도 많이 올랐으니깐 한 달에 220만 원정도 받는 것 같아. 근데 이게 내가 기간제교사니깐 이정도 받지, 사실 정식교사가 되면 덜 받을 거야. 왜냐하면 세금 같은 걸로 떼이는 게 많거든. 그래서 한 10년 차 쯤 되면 300만 원 쯤 된다고 해. 그래서 이 직업이 괜찮은 편이야. 대기업에 들어간 동기들을 보면 처음에는 걔네가 나보다 많이 받아서 막 혼자 자존심도 상하고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 걔들은 승진걱정 같은 것을 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런 걱정은 필요가 사실 없거든. 그 자체만으로 굉장히 장점인 것 같아. 요즘 들어 내 직업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
8. 선생님의 은퇴 후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은퇴 전에 세상 뜨려고. 난 오래 사는 것을 바라질 않아.(웃음) 나는 혼자 집에 있으면 게임을 하거든. 10대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어. 그 때는 20대가 되면 게임을 접을 줄 알았어. 근데 20대가 되고나서도 하고 30대가 된 지금도 하고 있어. 그만큼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해. 석 달에 한번 씩 서울에 올라가서 플레이스테이션 CD를 구입하기도 해. 내 생각엔 은퇴 후에도 아마 플레이스테이션을 하고 있지 않을까싶어.
9. 고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겪었던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교사 첫 해에 여고에 발령났었는데 수업 도중 동방신기 이야기가 나왔는데 무슨 조약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에게 아이돌 이름 외우듯이 한 번 외워보라고 했지. 그러면서 5인 보이그룹들 얘기가 나왔는데 누가 동방신기 얘기를 하더라고. 그 때 동방신기 해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동방신기보고 이방신기라고 농담을 했지. 근데 여학생들이 나에게 욕을 어마어마하게 하더라고. 그 때 이후로 학생들이 길 가다 나를 보면 씩씩 거리고 뭐 그랬어. (웃음) 그 사건 이후로 말조심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지.
10. 제가 역사교육과를 지망하고 있잖아요. 지금 제가 당장 준비해야 할 게 있을까요?
-역사 과목에 재미를 붙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역사 책을 많이 봐. 대학교 오면 한국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 뭐 이런 것을 계속 배우거든. 점수에 맞춰 학과에 온 학생들은 학교 다니면서 많이 절망을 해. 그러니깐 단편적으로라도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해, 즉 흥미를 붙이는 거지. 그 다음으로는 한문을 많이 접하게 될 거야. 그러니깐 한문 공부를 틈틈이 해놔. 개인적으로는 자격증을 따라고 하고 싶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고 옛날 책을 많이 읽어봐. 예를 들어 고려시대사라는 책이 있어. 이 책에는 한글 군데군데에 한문이 있어서 한문을 배울 수 있거든. 우리가 인식하는 역사는 막 누가 죽고 누가 싸우고 이런 역사지만 사실 전공으로 하는 역사는 정말 딱딱하고 지루하거든. 전공을 하면 옛날 사람들의 문서 같은 것을 보고 분석해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이거 하면서 멘탈이 터져(웃음). 정말 초반에는 힘들어. 근데 역사에 흥미를 붙이고 한문을 조금이라도 알고 들어가면 훨씬 수월하지.
11. 대구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음..... 내가 본 애들 중에 제일 예의바르고 착한 아이들이었어. 정말 농담 아니고. 이런 너희들의 성격을 장점으로 발전시켜. 어디 가서든지 훌륭하게!.. 밖에 나가면 현실이거든. 수많은 어려움들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때 가서 어떤 이유에서든지 학창시절을 후회해서는 안 돼. 무조건 후회할 일이 생길 거야. 후회할 일이 안 생기도록 노력하고 하다못해 결혼식 때 친구들이 많이 오도록 자기 주변 친구들 잘 챙기고 ‘재밌게’ ‘열심히’ 생활하고. 선생님 말씀 웬만하면 존중하고 잘 듣고 그래야지. 나중에 ‘쌤 소주 한 잔 하시죠.’ 이럴 수 있는 나이가 빨리 되면 좋겠다. 나중에 다 같이 닭똥집 한번 먹자. 그렇기 위해선 너희들이 나보다 훨씬 잘 되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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